2012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참가 보고

올해로 53회를 맞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nternational Mathematical Olympiad, IMO)는 중고등학생 나이의 학생들이 참가할 수 있는 수학경시대회 중 가장 권위 있는 국제대회이다. 매년 100여 나라가 참가하고 각 나라에서 6명까지 학생들을 참가시킬 수 있다.
이번 53회 IMO는 아르헨티나의 마르델플라타에서 열렸다. 우리나라는 1988년 호주에서 열린 29회 대회부터 참가하기 시작하였으며, 올해는 역대 최초로 참가학생 전원이 금메달을 받음과 동시에 학생들의 총점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좋은 결과를 냈다. 올해 참가한 학생들은 아래와 같다.
김동률(서울과학고 1), 김동효(서울과학고 3), 문한울(세종과학고 2)
박성진(서울과학고 2), 박태환(서울과학고 3), 장재원(서울과학고 3)
대표 6명에는 들지 못했지만 최종후보로 뽑혔던 그 외 7명의 학생들은 아래와 같다.
강내훈(서울과학고 3), 강승연(서울과학고 2), 김재중(서울과학고 3), 배영진(서울과학고 3)
정종욱(신천중학교 3), 지세현(서울과학고 2), 황인재(서울과학고 1)
이번 한국 대표단 단장은 대략 20년간 올림피아드 사업에 참여하시고 계신 인하대 송용진 교수님이 수고해 주셨다. 그리고 전 세계 단장들이 뽑은 IMO 자문위원회 위원(IMO AB)이신 서울대 김명환 교수님, 공동 부단장이며 올림피아드 사업에 몇 년째 봉사하고 계신 영동대 이승훈 교수님이 함께 하셨다. 나는 올해로 3번째 참가였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부단장을 맡았다. 그 외에도 채점 과정 등을 돕기 위해 2007년과 2008년 IMO에서 각각 은메달과 금메달을 받았던 서울대 수리과학부의 이수홍 학생이 참관인으로 함께 참여했다. 한편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연구재단, 그리고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한 명씩 부단장팀의 일원으로 참관인을 보냈다.
IMO에서는 총 2번의 시험을 이틀 연속으로 보는데, 각각 3문제를 4시간 30분 동안 시험을 치른다. 각 문제는 7점 만점으로 채점하므로 한 학생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점수는 42점이다.

대회 결과

이름Q1Q2Q3Q4Q5Q6합계
김동률77757740
김동효77377031
문한울77477436
박성진77377334
박태환77077030
장재원77467738
총합424221394223209 

우리 팀은 참가 사상 처음으로 대표 학생 전원이 금메달을 받았다. 이번 대회 이전까지 최고의 결과는 2008년과 2006년에 금메달 4개를 받았던 것이고, 금메달 6개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 개인별 순위에서 김동률 학생은 2위, 장재원 학생은 4위, 문한울 학생은 9위를 하는 등 10위내에 우리 학생이 3명이나 있었다.
한편 국가순위에서 그동안 선두를 했던 중국과 미국을 제치고 우리 팀이 1등을 하였다. 상위권 나라의 성적은 아래와 같다.
1. 한국 209점 (금6)
2. 중국 195점 (금5, 동1)
3. 미국 194점 (금5, 은1)
4. 러시아 177점 (금4, 은2)
5. 캐나다 159점 (금3, 은1, 동2)
5. 태국 159점 (금3, 은3)
7. 싱가포르 154점 (금1, 은3, 동2)
8. 이란 151점 (금3, 은2, 동1)
9. 베트남 148점 (금1, 은3, 동2)
10. 루마니아 144점 (금2, 은3, 동1)
11. 인도 136점 (금2, 은3, 장려1)
12. 북한 128점 (금2, 은1, 동3)
12. 터키 128점 (금1, 은3, 동2)
17. 일본 121점 (은4, 동1, 장려1)
이번 대회에는 모두 100개국이 참가하였다. IMO에서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은 각각 총 응시자의 1/12, 1/6, 1/4에게 수여되는데, 이번 대회의 경우 금메달 커트라인은 28점, 은메달은 21점, 동메달은 14점이었다.

일지

○ 인천공항 집결 (7월 5일 목요일)

아르헨티나는 한국에서는 지구 반대편이라서 미국 경유나 유럽 경유, 혹은 중동 경유를 택하든지 걸리는 시간에는 큰 차이가 없다. 우리는 중동을 거쳐 가는 카타르 항공으로 결정하고 7월 5일 목요일 저녁 10시 30분에 인천공항에 모이기로 했다. 카타르 항공으로 도하까지 간 다음, 도하에서 상파울로를 경유하는 비행기로 갈아타고 상파울로에 도착, 비행기 내에서 1시간 이상 대기한 후 같은 비행기로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가는 총 30시간의 일정이었다. 아프리카 대륙과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인생에서 가장 긴 비행 경험이었다.

○ 공항 도착, 환대 (7월 6일 금요일)

7월 6일 밤 9시 경에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에 도착하였는데 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에 계신 박미현 교육원장님, 현지 한인회 이승희 부회장님, 윤진호 이사님 등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대사관에 알리지도 않았는데, 현지 분들이 IMO에 한국 팀이 올 것으로 생각하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인여행사에 일일이 전화를 하여, 우리 팀의 일정을알고 마중을 나온 것이었다고 한다.

○ 대사님 초청 환영만찬과 부에노스아이레스 투어

(7월 7일 토요일)
오전 11시쯤에 호텔 로비에서 집결해서 인근에 위치한 플로리다 거리에서 점심을 먹었다. IMO AB 회의 때문에 김명환 교수님만 일찍 가시고 남은 일행은 싼 가격에 아르헨티나의 스테이크 등을 맛있게 먹었다.
오후에는 가이드를 동반하여 여행을 하였는데 가이드로 나오신 젊은 한인분의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관계로 솔직히 큰 도움이 되진 않았다. 하지만 쌀쌀한 날씨에 걸어 다니지 않고 편안하게 버스로 이동하며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주요 장소들을 둘러볼 수 있었다.
저녁 6시경에는 한병길 주아르헨티나 대사님 초청 환영만찬에 참석하러 부에노스아이레스 백구거리에 있는 한식당으로 갔다. 쇠고기가 워낙 싸다보니, 한식당에서 구워먹는 쇠고기는 무한리필이라고 하여 깜짝 놀랐다. 한병길 대사님은 대사관에 미리 연락을 하지 않은 점에 관하여 언급을 하시고, 앞으로 갈 때는 비상시에 대비할 수 있도록 꼭 연락을 하라고 하셨다.
어린 학생들을 인솔해서 여행을 할 때는 학생들 건강이 제일 염려된다. 박태환 학생은 사랑니로 잇몸이 부어서 치과에 다녀왔으나 진통제를 3일분밖에 받지 못해 공항에서 만난 어머님의 걱정이 많았다. 문한울 학생은 오후에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에서 함께 사먹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혼자 배탈이 나서 한식당에서 잘 먹지 못하고 힘들어 했는데, 다행히 한식당 주인아주머니께서 주신 약으로 괜찮아졌다.

○ 마르델플라타로 이동 (7월 8일 일요일)

IMO가 열린 마르델플라타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400km가량 떨어진 대서양 해변에 위치한 휴양도시이다. 비행기 시간은 아침 일찍 아니면 늦은 저녁시간이라 너무 불편하여 시외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버스터미널은 묵었던 호텔과 매우 가까웠다.
우리는 Express Argentina라는 회사의 버스 중에 제일 우등인 버스를 탔는데, 가격 대비 대단히 편리하였다. 한국의 우등버스처럼 한 줄에 3명이 앉는 이층 버스인데, 좌석은 180°로 펼 수 있는 가죽시트이고 항공기 일등석처럼 개인별 TV가 갖춰져 있었다. 모두 편안하게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며 마르델플라타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버스는 10시 30분에 출발하여 버스기사 교대를 위해 잠깐 갓길에 정차한 것 말고는 쉼 없이 달려 5시간 10분쯤 지난 오후 3시 40분쯤 마르델플라타에 도착하였다.
도착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가이드를 찾는데 이상하게도 찾기가 어려웠다. 터미널 한쪽 구석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 다가가보니 네덜란드 팀 등 다른 나라 팀들과 그 팀들을 마중 나온 가이드들이 있었다. 덕분에 우리 가이드와 연락이 되어 호텔로 이동하여, 호텔에서 우리 팀 가이드를 맡은 권중웅씨를 만났다. 우리 팀 도착 정보와 북한 팀 도착정보가 엇갈려서 어제 북한 팀이 묵고 있는 호텔을 찾아갔다가 허탕 쳤다고 하였다. 권중웅씨는 겨우 4살 때 아르헨티나로 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말을 매우 잘 하여 학생들이 아주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저녁식사 시간이 늦어서 첫날은 저녁식사가 밤 8시 반에 제공되었다. 다음날부터는 8시로 당겨졌지만, 점심시간 후 저녁시간까지 상당히 긴 시간이어서많이 힘들었다. 첫 저녁식사 후 주변 상점에서 사람들 마실 물과 학생들이 필요로 할 과자류를 사서 다 돌리고 나니 밤 10시가 넘었다.

○ 호텔, 시설

이번 IMO 행사와 시험은 모두 마르델플라타 해변에 위치한 5성급 NH Provincial 호텔에서 열렸다. 참가학생들은 2인 1실을 사용하였고, 부단장팀들은 1인 1실을 사용하도록 비용을 지불했으나, 그중 이수홍 학생은 아직 대학생이므로 2인 1실을 사용하도록 예약을 해주었다. 그 사실을 미리 알려줘야 했는데 깜빡했었다. 나중에 이수홍 학생이 방에 갔다 오더니 룸메이트가 북한분이라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수홍 학생의 룸메이트는 평양에서 오신 북한 팀 부단장이었는데 아마 같은 Korea 사람들끼리 방을 사용하라고 주최국에서 나름 배려한 것 같았다. 북한 팀 부단장님은 작년에도 뵌 분으로 유쾌한 분이라 큰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다.
시험장은 5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통은 인근에 있는 체육관이나 강의실을 빌려 사용하였으나, 이번에는 호텔이 매우 커서 호텔 한 층의 1/3정도 되는 모퉁이 공간에서 전 학생이 시험을 보는 것이 가능하였다. 머무는 호텔에서 시험을 볼 수 있어 시험날 일찍 일어나는 부담도 없고, 함께 온 부단장들도 야외에서 기다리지 않고 숙소에서 편히 기다릴 수 있어 좋았다.
학생들이 어울려 놀 수 있게 만들어둔 레크리에이션 룸의 공간은 작년 암스테르담의 좁은 방을 수 십 개는 모아야 될 규모였다. 레크리에이션 룸에는 Playstation, Wii, Xbox등 각종 오락기와 함께 당구대, 악기, 탁구대, 퍼즐, 바둑판, 외발자전거 등 온갖 놀이기구가 있었다. 나도 북한 학생들에게 사용법을 배워 Xbox360으로 오락을 즐겁게 했었다.
보안도 철저해서 호텔의 정문 출입구 3개중 2개는 아예 셔터를 내려놓고, 가운데 문은 보안요원이 항상 체크하면서 출입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학생들은 가이드와 동행하지 않으면 아예 밖에 나갈 수 없도록 하여 사고에 대비하고 있었다.

○ 개회식 (7월 9일 월요일)

개회식은 월요일인 7월 9일 오전에 있었는데, 호텔에서 9시 반에 출발한다고 하였다. 개회식은 radio city라는 시내에 있는 극장이었는데 도로를 모두 통제하고 악대를 앞세워서 극장까지 걸어서 이동하였다. 나라이름의 알파벳순으로 좌석이 배정되어 있어서, 우리는 Republic of Korea라서 R쪽 자리를 배정받아 매우 뒤쪽에 앉게 되었다.
시간이 좀 지나 단장팀이 도착하였는데 단장팀은 시험문제를 알고 있기에 격리되어야 하므로 2층 관람석으로 입장하였다. 우리보다 먼저 출국하셨던 송용진 단장님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먼저 가셨던 김명환 교수님을 멀리서 뵙고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IMO2012 개회식 무대 위의 사진
IMO2012 개회식 무대 위의 사진


예상보다 늦게 개회식이 끝난 후 점심을 먹고 학생들과 잠깐 해변을 산책하였다. 그 후 학생들끼리 방에서 공부하라고 하였는데, 4시 반쯤에 학생들 방에 가보니 시차 적응 문제인지 김동효 학생은 컴컴하게 커튼을 치고 자고 있었다. 슬리퍼가 없어서 불편하다는 학생들이 많아서 사러 다녀봤지만 없었고, 대신 시험 치러 갈 때 간식이 필요할지 몰라 초콜릿 같은 것을 사서 호텔로 왔다. 그리고 학생들을 데리고 조명이 밝은 식당으로 옮겨 다른 나라의 최근 올림피아드 시험문제들을 풀어보며 시간을 보냈다.
7시 반에 우리 팀 가이드가 북한 팀을 데리고 왔다. 시험 주의사항을 가이드가 전달하는데 북한 팀 가이드는 우리말을 하지 못하고 영어도 잘 하지 못하여 우리 팀 가이드가 한꺼번에 설명을 해주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남북한 학생들 모두 설명을 열심히 들었다. 우리 교수들도 나서서 학생들에게 영어판, 한국어판 문제를 꼭 다 읽어서 문제를 잘못 읽고 풀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어떤 계산을 하든지 연습지도 꼭 답안지 넣는 폴더에 첨부하라고 당부했다. 이후 남북한 팀 모두 선전을 다짐하며 단체사진을 찍었다.

IMO2012 시험 전날 북한 팀과 함께 찍은 사진
IMO2012 시험 전날 북한 팀과 함께 찍은 사진

○ 첫날 시험 (7월 10일 화요일)

7월 10일은 첫 번째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시험은 9시 시작인데 8시 반에 호텔 0층 로비(아르헨티나는 출입구가 있는 곳이 1층이 아니라 0층임)에 모이면 시험장으로 입실할 수 있다고 전해 들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7시 반에 아침을 먹자고 했는데, 그 시간까지는 생각보다 너무 바빴다.
학생들에게 첫 시험이 끝나고 나서 서로 어떻게 풀었는지 이야기 나누지 말고, 또한 인터넷에 들어가서 첫날 시험 반응이나 토론을 살펴보는 것도 하지 말라고 공지를 하였다. 서로 몇 개 풀었는지 물어보고 자기가 못 푼 문제를 다시 생각하다보면 둘째 날 시험에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부단장팀으로 오신 분들 전체에게도 학생들 퇴실 후에는 절대 몇 문제나 풀었나, 잘 했느냐 같은 질문은 하지 말고 수고했다는 식의 격려만 해주라고 하였다. 전에는 하지 않았던 이런 방침이 이번에 우리 대표학생 모두가 고르게 좋은 성적을 받는데 조금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IMO 시험 중 학생들은 첫 1시간동안만 종이에 질문을 써서 제출할 수 있다. 이번엔 특이하게도 학생들의 질의응답을 받을 단장팀이 비밀숙소에서 fax로 질의응답을 받지 않고 직접 시험장에 와서 질의응답을 받았다. 보통 보안을 위해 단장팀은 매우 먼 곳에 있는 숙소에서 문제를 고르는 작업을 하는데 이번에는 단장팀 숙소가 그리 멀지 않은지 단장팀들이 1층 시험장 옆 회의실에 모인 모양이다. 오래전부터 IMO에 참가한 원로급 단장들은 이번 경험이 옛날 추억을 되살려 주었다고 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첫 시험을 보는 동안 부단장팀은 9시 반에 크루즈 투어가 시작된다고 하여 갔으나 출발이 지체되었다. 10시가 되자 혼란이 있었는데 질의응답 시간을 마친 단장팀 중 일부 단장이 부단장팀이 타야할 버스에 타서 서로 만나는 진행 사고가 생긴 것이다. 주최측에서 버스를 돌면서 단장팀인데 버스를 잘 못 탄 사람들은 모두 내리라고 긴급 공지를 하고 나서야 버스는 크루즈 타는 곳으로 출발했다.
우리 모두는 크루즈가 무엇일까 기대에 부풀어 항구로 이동하였는데, 말만 크루즈지 작은 유람선이었다. 날씨도 좋지 않고 배 안에서 특별히 할 일도 없어서 남북한 사람들 모두 한 테이블에 모여 마르델플라타 경치를 보다가 내렸다. 호텔에 돌아오니 12시 반이 넘어서 1층 로비에 자리를 잡고 학생들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첫날 시험지가 배부되어 받았는데, 1번 문제가 기하, 2번 문제가 부등식, 3번 문제가 조합이었다. 1, 2번 문제는 우리 학생들이 자신있어하는 부등식 문제가 있어 좋은 느낌이 들었다. 3번의 경우 어려워 보이긴 하는데 문제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첫 부분은 쉬울 것 같았다. 이전까지 우리 학생들이 최고 수준의 어려운 문제는 잘 해결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적어도 부분점수는 많이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1시 반이 되어 학생들이 시험장에서 나왔다. 시험장에서 나오는 1층 복도는 마치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는듯한 분위기였다. 미리 집결 장소를 약속하지 않았더니 몇 명은 0층에 가있고 몇 명은 1층에서 바로 만나는 등 조금 혼란스러웠다. 매우 궁금했으나 약속한대로 학생들에게 수고했다고 격려만 하고 결과를 묻지 않기로 한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사실 매우 궁금했다.
식당 입구에서 식사 준비가 되기를 기다려 식당이 열리자 바로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먼저 하였더니 학생들이 좋아하는 메뉴가 많아 만찬이 벌어졌다. 어제 식사에서는 불평하던 학생들이 오늘은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점심식사 후 모두들 해변 산책에 나섰다. 산책도중에 북한 팀을 만나서 마르델플라타에 한국인이 하는 서울호텔이라는 곳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북한 팀은 우리보다 일찍 현지에 와서 휴식을 취했는데 묵었던 숙소가 바로 이 호텔이었다. 원래 식당을 하는 곳은 아닌데 학생들을 위해 한식 요리를 해주었다고 하는 것이다. 이왕이면 남북한팀 모두 모여 한자리에서 식사를 할까 하여 전화해보니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우리 팀 12명, 북한팀 7명, 거기에 가이드 2명까지 함께 먹기에는 너무 좁다고 하였다.결국 북한 팀과 함께 가는 것은 포기하였지만 한식을 먹자는 의견이 높아 전화예약을 하였다.
산책 후 어제처럼 모여서 문제를 풀까했더니 학생들이 오전에 시험을 치러서 그런지 힘들어 해서 오후에는 레크리에이션 룸에서 신나게 놀고 방에서 쉬면서 휴식을 취한 듯 했다.
저녁 식사를 하기위해 서울호텔에 7시 20분쯤 도착했다. 우리 팀 13명이 앉기에도 좁은 곳이었지만, 주인아주머니께서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이 매우 맛있었고 푸짐하게 주셔서 모두 만족하였다.

○ 둘째 날 시험 (7월 11일 수요일)

첫 시험날 아침 식사를 7시 반에 갔더니 자리도 없고 바빴던 것을 감안해서 시험 둘째 날에는 7시 20분에 만나 식사를 하러 가기로 했다. 이승훈 교수님 등이 일찍 식당에 자리를 잡아두셔서 어제보다는 편안하게 아침식사를 마쳤다. 둘째 날도 모두 모여 화이팅을 외치고 학생들은 8시 30분에 입실하였다.
이제 단장팀은 격리상태에서 벗어나 학생들을 만날 수 있으므로 이쪽으로 옮기기로 되어있었는데, 특이하게도 학생들이 있는 호텔이 아닌, 길 건너에 있는 Heritage 호텔에 묵도록 되어있었다. 그리고 부단장도 단장 옆으로 옮기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학생들과 떨어져 다른 호텔을 가려고 하니 불만이었다. 또 Heritage 호텔방에 좀 실망을 했다. 원래 묵었던 호텔과 달리 창이 바다 방향이 아닌 도시 방향이라 파도 소리가 아닌 자동차 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방을 나오다 체크인 하러 오신 송용진 교수님을 만났다. 만나자마자 둘째 날 출제된 문제를 확인하였다. 관건인 6번 문제는 어려운 정수문제가 나왔고, 4번 문제는 함수방정식, 5번은 기하문제였다. 문제 구성을 보니 우리 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고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곧 김명환 교수님도 만나 모두 모여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는 송용진 교수님이 받아오신 학생들의 첫날 답안지 원본을 볼 수 있었다. 김동률 학생의 3번 답안이 모범답안과 거의 같다며 어려운 문제를 잘 풀었다고 모두 기뻐했다. 3번 문제를 검토해보니 그렇게 생각하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대단했다.
점심 식사 후 Provincial 호텔 1층 로비에서 북한 팀 단장, 부단장을 만나 인사도 나누고, 함께 학생들을 기다렸다. 학생들 시험이 끝난 후, 잘 했는지 물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북한 팀 학생들은 북한 팀 단장이 몇 문제나 풀었는지 보고하라고 하는데 기대만큼 성적이 안 좋았는지 북한 팀 단장, 부단장이 모두 낙담한 것으로 보였다. 다른 나라 단장이나 부단장을 만나봤더니, 우리 팀이 느낀 것과 다르게 의외로 문제가 어려웠던 것 같았다.
저녁 식사 전인 7시 40분쯤 김명환 교수님으로부터 학생들의 둘째 날 답안지를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기쁜 마음으로 한번 살펴보는데 모든 학생이 대체로 잘한 느낌을 받았다.
각자 문제를 나눠맡고 답안 검토를 하는데 나는 조합 전공자답게 3번 문제를 주로 보고 2번 문제와 4번 문제도 좀 검토를 하였다. 2번은 부등식 문제인데 틀린 것이 거의없이 완벽한 답안들이었다. 비록 산술기하평균부등식이라는 쉬운 길을 두고 괜히 미분까지 해서 어렵게 푼 답안도 있긴 했다.
김동률 학생의 3번 답안은 거의 완벽한데 마지막 부등식이 이상했다. 큰 k에 대해 1600(1.995k)<1.99k라는 식이 적혀있었는데, 말이 되지 않았다. 이수홍 학생이 이 부분 오류를 발견하고는 이상하다고 큰 걱정을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1.99와 1.995를 바꾸어 쓴 오식(typo)에 불과했다.

○ Coordination 1일차 (7월 12일 목요일)

IMO에서 답안 채점은 코디네이터들과 참가국 단장, 부단장 및 기타 참관인들이 만나 점수를 협의해서 결정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이러한 과정을 ‘코디네이션(Coordination)’이라 부르는데, 각 나라별, 문제별로 코디네이션 할 시간과 장소가 미리 정해져있다. 예년에는 코디네이션을 이틀 동안 진행했는데, 올해는 하루를 추가하여 3일 동안 코디네이션이 진행되어 예년보다 비교적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검토를 할 수 있었다.
코디네이션 첫 날 우리 팀은 오후 3시에 2번 문제, 5시 30분에 1번 문제를 코디네이션 하기로 되어있었다.
오전에는 각자 맡은 문제를 나눠서 학생들 답안을 검토하였다. 오전에 있었던 기쁜 소식은 김동효 학생의 5번 문제 풀이인데 풀이의 수식 좌우변이 맞지 않아 감점될 것으로 예상을 했었는데, 이수홍 학생이 한참 보더니 좌변에 분수의 분모에 있는 -1을 분모에서 빼서 분수 전체에 -1을 하는 것으로 바꾸면 식이 정확히 맞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에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오전에 있었던 나쁜 소식은 4번 문제 채점기준표에서 나왔다. 채점기준표가 1부 있었지만 우리 팀 인원이 많아서 몇 부를 더 받아와서 꼼꼼히 읽어보는데, 함수방정식을 푸는 4번 문제의 채점기준표에 의하면 답으로 구한 함수가 실제로 문제의 원식을 만족하는지 계산하지 않으면 2점 감점이라는 무지막지한 기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울러 “it is easy to verify” 식으로 쓰기만 하는 것은 전혀 점수를 줄 수 없다는 문구까지 적혀 있어 황당했다. 김동률 학생의 4번 답안을 검토해보니 “구한 답이 문제 조건을 만족하는 것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로만 적혀 있어서 채점기준표를 문자 그대로 적용하면 2점 감점이 되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부분점수를 더 받을 수 있을까 검토하느라 김동률 학생의 4번 답안은 합쳐서 30번은 넘게 봤을 것이다.
3번 문제 검토에서는 좋은 소식이 있었다. 우리 팀 학생들 대부분이 첫 번째 부분을 정확하게 해결한 것을 확인하였는데, 이것이 부분점수 3점에 해당하므로 3번, 6번처럼 어려운 문제에서 0점을 많이 받던 우리 팀에는 매우 좋은 소식이었다. 아울러 장재원 학생이 3번 답안에서 채점기준표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지수적으로 증가하는 가중치 값을 잡아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썼기에 1점을 더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코디네이션에 문제별로 2명만 들어오라는 규칙이 생겨서 많은 불평이 있었다. 2번 문제 코디네이션은 그 룰이 깐깐하게 적용되기 전이라 송용진 교수님, 나, 그리고 이수홍 학생, 이렇게 3명이 들어갔다. 사실 답지를 펴지도 않고 우리가 all 7을 제시하고 코디네이터도 all 7에 바로 동의해서 금방 해결하였다. 3시 시작이었는데 1분도 걸리지 않았다. 1번 문제 코디네이션부터 2명만 들어오라고 되었다. 1번 검토는 이승훈 교수님이 주로 하셨기에 송용진 교수님과 이승훈 교수님 두 분이 5시 반쯤 들어가서 금방  all 7을 받아왔다.

○ Coordination 2일차 (7월 13일 금요일)

코디네이션 2일차인 7월 13일은 우리 팀에게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 우리 팀은 3문제나 코디네이션이 예정되어 있었고 3번 문제도 어떤 점수를 받을지 매우 궁금하였다.
오전 중에 다시 한 번 4번 답안 검토를 해보니, 장재원 학생 답안도 함수방정식 답이 맞는지 그냥 대입하면 된다고만 적혀있고 실제 대입을 해서 계산한 흔적이 없었다. 채점 기준대로라면 2점 감점될 상황이라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오전 11시 30분에 있었던 3번 문제 코디네이션은 나와 송용진 교수님이 들어가기로 하였다. 앞 테이블이 너무 오래 걸려서 40분 넘게 기다려 불평을 제기하고 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 팀의 3번 채점을 맡은 코디네이터들 중 한 명은 매우 꼼꼼하고 머리도 대단히 좋은 사람이었다. 김동률 학생 답안의 숫자 오식을 잘 파악하고 있었고, 문한울 학생의 답안에 갈겨쓴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이 흥미롭다며 설명을 요구했다. 그 부분은 너무 갈려 쓴 부분이고 3번 문제 뒷부분에 점수를 받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서 유심히 살피지 않았기에 한 줄 한 줄 함께 읽어나갔다. 읽다보니 그 부분이 장재원 학생과 동일하게 2의 몇승 꼴로 가중치를 줘서 해결을 시도하는 부분이었고, 채점기준표대로 하면 1점을 더 받을 수 있었다. 한편 장재원 학생 3번 답안을 보는데 이수홍 학생과 내가 미처 파악하지 못하였던 오류를 코디네이터가 발견하여 깜짝 놀랐다. 장재원 학생의 3번의 첫 부분 풀이는 다른 학생과 다른 좀 특이한 방식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상당히 헷갈렸었다. yes일 때와 no일 때 다른 전략을 사용하는 식이었는데 그 내용이 바뀌어 있어서 그 부분의 yes, no를 바꾸어야 정확한 답이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것을 오식이라고 주장하였는데, 코디네이터들은 다른 팀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결정을 미루기로 하였다. 그래서 오후 6시 반으로 코디네이션 시간을 다시 잡고 되돌아왔다.
5번 문제는 별 탈 없이 끝나고 모두 7점을 받을 수 있었다. 현황판을 보니 미국 팀의 5번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아, 계산을 해보니 미국 팀은 앞지를 수 있을 것 같았다. 현황판은 Heritage 호텔 0층에 일부 점수가 가려진 채로 공개되었다.
5번 코디네이션이 진행 중이던 3시 반쯤 방에 있었는데, 김명환 교수님께서 급히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주셔서 점심 전에 만났던 3번 코디네이터들이 갑자기 5번 코디네이션 끝나자마자 보자고 한다고 해서 방에서 바로 나갔다. 장재원 학생의 실수는 그냥 오식으로 인정해서 감점 없이 처리해주겠다고 하여 바로 동의하고 3번 채점을 마쳤다.
4번 문제 코디네이션이 문제였다. 4번의 채점 기준이 불만족스러워서 이미 많은 나라들이 항의하며 서명을 안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스라엘 단장이 주도하여 채점기준의 수정을 요구하는 사발통문에 몇몇 나라들이 서명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대로 4번 코디네이터는 매우 깐깐하였다. 김동률, 장재원 학생 말고도 다른 학생의 답안에서도 실제로 mod 4나 mod 2로 함수들을 체크한 부분은 자기들이 봤는데, 제곱함수가 답이 되는지 계산으로 확인한 부분은 어디 있냐고 꼼꼼하게 물어봤다. 알고 보니 답안지 제일 하단에 써놓아서 복사할 때 복사가 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 부분을 설명해주고 나서야 7점을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꼼꼼하게 체크한다는 것을 알고 나니, 김동률, 장재원 학생의 답안이 수학적으로는 완벽함에도 불구하고 7점을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였다. 코디네이터들은 이 학생들의 답안에서 함수들이 방정식을 만족시키는지 체크한 부분이 없다며 5점을 제시하였고, 우리는 처음엔 5점은 심하지 않느냐며 이야기 해보았지만 어쩔 수 없어 일단 시간을 좀 가지고, 함수 중 하나라도 검증한 부분이 있는지 더 찾아보겠다고 하며 점수에 서명하지 않고 나왔다. 사실 이 문제의 답을 구하고 나면 그 함수가 함수방정식을 만족하는지 체크하는 것은 이런 똑똑한 학생들에게는 눈으로도 쉽게 가능할 계산인데, 이걸 직접 계산한 부분이 있어야만 점수를 준다니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다. 일단 4번 문제 코디네이션을 다음날 12시 반으로 넘겼다.
학생들은 수족관 투어를 하루 종일 다녀왔다. 오전 10시에 출발하여 오후 4시에 되돌아오는 일정이었는데 예정보다 많이 늦어지고 야외에서 구경하는 것이 많다보니 추워서 일찍 돌아오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많았으나 교통편이 없어 돌아오지 못해 불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 Coordination 3일차 (7월 14일 토요일)

어제 4번 문제 코디네이션을 마치지 않아서 코디네이터들을 다시 만나야 한다는 것이 매우 신경 쓰인 날이었다. 오전 내내 김동률 학생과 장재원 학생의 4번 답안을 분석하였다. 그런데 장재원 학생의 연습장을 꼼꼼히 보다가 만세를 불렀다. 01210121이라고 암호처럼 적힌 부분이 있고 그 오른쪽 위로 f(1)+f(1)=f(2), f(1)+f(2)=f(3), f(2)+f(1)=f(3)과 같은 수식이 mod 4로 모든 경우에 대해 적혀있었다. 이것은 f(n)=k g(n)2으로 치환한 후에 나온 g를 f로 잘못 적은 후 그 f가 선형함수라는 것을 증명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혹시나 싶어서 김동률 학생의 이튿날 시험 연습장을 찾느라 큰 소동이 있었다. 모든 답안지 파일을 다 열어서 김동률 학생의 연습장이 잘못 끼워졌나 확인해 보았지만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연습장 없이 계산이나 증명을 하진 않을 텐데 도대체 어떤 일인지 의아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연습장을 답지 넣는 폴더에 첨부하지 않고 그냥 책상 위에 두고 나왔다고 한다. 만일 김동률 학생이 연습장을 첨부하였고, 연습장에 어떠한 계산 흔적이라도 있었다면 장재원 학생처럼 1점을 더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3일차에는 가장 어려운 문제인 6번 문제가 있었다. 6번 문제는 김명환 교수님과 이수홍 학생이 주로 검토를 하였다. 장재원 학생의 6번 답안이 완벽하진 않고 조금 실수가 있었는데 7점을 받을지, 감점이 될지 예상하기가 어려웠다. 그 부분을 검토하느라 김명환 교수님께서 이틀을 고민하셨다. 결국 6번 코디네이션 후에 장재원 학생이 7점을 받아 매우 기뻤고, 아울러 최악의 경우 2점을 예상했던 박성진 학생도 3점을 받게 되어 기뻤다. 이 부분이 어떻게 처리된 것인지 잘 모르겠는데, 코디네이터들이 장재원 학생의 실수가 사소한 것이라고 결정한 것으로 생각된다. 나중에 듣기로, 우리 팀 가이드인 권중웅씨가 전날 밤 코디네이터들에게 불려가서 장재원 학생 답안의 한글로 적힌 부분을 번역해주었고 그 자리에서 여러 코디네이터들이 모여서 갑론을박을 벌였다고 한다. 이렇게 6번 점수가 우리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우리 팀이 중국과 1, 2점 차이일 것으로 예상되었다.
6번 코디네이션 때문에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4번 코디네이터가 와서 어제하던 것을 마무리하자고 해서, 11시 40분쯤 4번 코디네이션에 들어갔다. 오전에 찾은 장재원 학생의 연습장에서 찾은 부분을 설명하고 1점을 더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김동률 학생은 어쩔 수 없이 2점 감점될 수밖에 없었다. 수학적으로 완벽한 답안에 감점이 생겨 너무 속상했다. 하지만 더 이상 논의가 불가능하므로 이 정도에서 동의하고 모든 문제의 코디네이션을 끝냈다. 이때가 11시 54분이었다.
마침 문한울 학생이 11시에 탁구 토너먼트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들어서 레크리에이션 룸으로 가보았다. 잠시 후 탁구 경기를 하는데 첫 상대에게 3:0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잠시 쉴 틈도 없이 다음 상대와 경기를 하는데 그 학생은 프로 같았다. 심지어 IMO에 오면서도 본인의 탁구채를 가지고 와서 하는데, 모든 각도에서 공에 스핀을넣어서 문한울 학생이 전혀 받지를 못하고 3:0으로 완패하고 말았다. 나중에 보니 그 학생이 우승을 하였고 “나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에서 탁구 챔피언 했다.”는 식의 글귀가 적힌 티셔츠를 부상으로 받았다.
모든 코디네이션이 끝나서 우리는 점수를 다 알고 있었지만 학생들은 아직 다 모르는 상태였다. 레크리에이션 룸에서 우리 학생들을 만난 김에 학생들에게 우리 성적을 알려주었다. 특히 김동률 학생은 본인이 만점이 아닌 것을 알면 충격을 받을까 염려되어 미리 따로 불러서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학생들에게는 모두 금메달은 거의 확정적이고 아마 국가순위도 2등은 될 것 같고, 1등도 중국 점수에 따라 가능하다고 전해주었다. 모두 매우 기뻐했다.
오후 4시쯤 김명환 교수님이 소문과 알려진 점수를 종합해서, 우리가 종합 1등 확정이라며 문자를 주셨다. 중국 학생 한 명이 5번 문제에서 3점을 받은 소식에 이미 알려진 점수, 그리고 가려진 점수를 모두 맞추었다고 가정해도 우리 팀이 앞선다는 소식이었다.
4시 반에는 싱가포르 학생 Jeck Lim이 42점 만점을 받았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어제 송용진 교수님이 싱가포르 단장을 만났을 때는, 그 학생도 4번 답을 체크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감점될 걸로 생각했는데, 아마 연습지 안에 검증한 부분이 모두 있었던 모양이었다. 김동률 학생이 공동 1등을 할 수도 있었는데 매우 아쉬웠다.
좋은 성적을 자축하며 바깥에서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서울호텔에 연락해보니 주인아주머니께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계셔서 음식을 해주실 수가 없어, 한식을 먹을 수 없었다. 대신 추천을 받은 중국 식당에 가서 맛있게 먹고 기쁨을 나누었다.

○ Jury Meeting과 폐회식 (7월 15일 일요일)

새벽에 일어나보니 한국과학창의재단 장순범 선생님께서 밤에 보도자료 초안을 마무리해서 보낸 이메일이 와있었다. 열어보니 미흡한 부분이 있어서 아침부터 보도 자료를 고치느라 매우 바빴다.
아침 9시에 한국에 계신 학생 부모님들과 대한수학회 분들에게 성적을 알려드리고, 보도 자료가 나가기 전까지 보안을 당부하는 문자를 보냈다. 많은 분들이 기뻐해 주셨다.
9시 30분에 있었던 Jury Meeting에서는 4번 문제의 채점기준에 대한 항의가 많이 있었다. 미국 학생 한 명이 a2+b2+(a+b)2=2ab+2b(a+b)+2(a+b)a 같은 식을 적어두었음에도, 더 이상 전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5점밖에 제시받지 못했는데, 미국 팀 단장이 그에 동의하지 않고 Jury Meeting까지 가지고 왔다. 많은 단장들이 미국 팀 의견에 동조해 아마 IMO 역사상 처음으로 이 학생의 점수가 투표를 거쳐 6점으로 수정되었다. 이런 회의와 투표 과정 때문에 Jury Meeting이 길어지고 있었다. 나는 보도 자료를 마지막까지 다듬느라 노트북을 들고 Jury Meeting에 앉아 있었는데, 옆에 있던 여러 분들이 노트북을 넘겨받아 문구를 수정하였다.
메달 커트라인이 정해지는 시간이 되어 점수 분포가 처음으로 공개되었는데, 그 점수 분포를 보고 우리 팀 모두 깜짝 놀랐다. 우리 학생들 중에 2위 뿐 아니라 4위, 9위 등 매우 높은 순위에 든 학생이 많았다. 곧 바로 보도 자료를 수정하여 10위 안에 든 학생들이 많다는 문장도 추가하였다.
Jury Meeting이 늦게 끝나 잠깐 쉬는데 벌써 폐회식에 갈 시간이었다. 예전에 참관인으로 올 때는 양복을 챙겨오지 않았는데, 이번엔 부단장인지라 양복을 입고 길을 나섰다. 이번엔 학생들을 점수 순으로 입장하도록 하고 의자에 점수를 붙여놓아서 입장할 때 같은 나라 금메달 수상자끼리는 나란히 입장하는 풍경이 없어 아쉬웠다.
사회자가 외국인 이름을 잘 읽지 못하여 중간에 박태환 학생이 자기 이름이 들리지 않았다고 무대에 올라가지 않고 순서가 지나가는 일이 있었다. 박태환 학생이 안절부절못하고 있어 내가 진행요원에게 달려가 항의를 하여 사회자에게 겨우 연락이 되어 금메달 수여가 끝나기 전에 박태환 학생이 혼자 무대에 올라가 금메달을 받을 수 있었다. 작년 네덜란드의 경우엔 학생들 이름이 화면에 다 떴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Jury Meeting이 너무 늦게 끝나고 바로 폐회식이 진행되느라 준비가 어려웠던 것 같았다.
금메달을 받은 학생들이 메달을 받는 순서가 끝나고, 만점을 받은 싱가포르 Jeck Lim 학생만 단독으로 무대에 올라가 금메달을 받고 모든 관중이 기립박수를 보내는 순서가 있었다. 올해 우리 학생도 저런 영광을 누릴 가능성도 있었는데 하며 속으로 매우 아쉬워했다.
폐회식이 끝나고 다른 나라 학생들과 많은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찍다보니 뉴질랜드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도 한국인 대표학생이 출전하였기에 깜짝 놀랐다. 우리 학생들만의 기념사진을 밝은 야외에서 많이 찍었어야 했는데 아쉬웠다.
아침에 작성해서 보낸 보도 자료는 교과부를 통해 한국시간으로 7시, 아르헨티나 시간으로 저녁 7시쯤 배포된 모양이었다. 송용진 교수님이 저녁 파티 및 식사 중에 걸려오는 기자들의 전화를 받느라 매우 고생하셨다. 그래도 이번 IMO 소식을 대부분의 언론에서 매우 크게 다뤄주어서 IMO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현지 출발 (7월 16일 월요일)

교수들끼리 모여 자축하며 맥주를 마시느라 새벽 3시쯤 잠들었는데 7시에 휴대폰 진동 소리에 잠을 깼다. 한국에서 언론에 배포할 사진을 긴급히 원한다고 하여 사진을 카메라에서 내려 받아 사진을 확인해보니 카메라 렌즈를 닦지 않고 찍는 바람에 어두운 실내에서 찍은 사진은 모두 엉망이었다. 내가 가진 사진을 있는 대로 모아 한국으로 보내고 정신을 차릴 때 쯤, 교육과학기술부 참관인인 김민정씨 카메라를 컴퓨터와 연결하여 사진을 뽑을 수 있었다. 이 사진들을 한국으로 보냈으면 좀 더 품질 좋은 사진들이 언론에 나왔을 텐데 하며 매우 아쉬워했다.
공항으로 가기 위해 11시 반쯤 호텔 앞에 집결했다. 작은 버스를 타고 마르델플라타의 공항버스 회사로 이동한 다음 거기서 다른 버스를 타게 되었다. 특이하게도 시외버스임에도 불구하고 여권을 보여 달라고 하여 모두 여권을 모으는데, 6명 대표학생들의 여권은 모두 내가 보관하고 있어서 문제가 없었으나 한 분이 여권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묵었던 호텔방 금고에 넣어두고 온 것 같다고 하였다. 일단 버스회사에서는 여권 없이 타도록 해주어 버스를 타고, 송용진 교수님께서 호텔에 전화하여 방 금고에 여권이 있는지 확인하셨는데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매우 다행이었다. 하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하여 여권을 받을 시간이 없을 텐데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다. 어려운 일 있으면 연락하라는 대사관 분들의 명함을 만지작거리다가, 너무 죄송한 일이라 차마 전화를 하지 못하고, 지난번 대사관 초청 만찬 자리에서 인터뷰를 하고 받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BueNews라는 현지신문의 김종진 이사님이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더니 흔쾌히 도와주시겠다고 하셨다. 7시 15분쯤 BueNews 김종진 이사님이 친구분과 오셔서 여권을 전해주시고, 아울러 지난번 대사 만찬 때 우리 사진이 실린 신문 여러 부와 이번 IMO 결과가 실린 신문 여러 부를 가져다 주셨다. 매우 감사드린다.
이번 공항버스는 한 줄에 4명씩 앉는 버스라 폭이 좁아 한국의 우등고속보다 불편했다. 공항에 갔더니 여기저기 IMO 대표팀들이 눈에 띄었다. 북한 팀도 만났는데, 두바이 경유로 가는 항공편이라 우리 보다 두 시간 가량 일찍 출발하는 항공편이었다. 새벽에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로 가는 버스로 이동하여 공항에 왔다고 했다.

○ 한국 도착 (7월 18일 수요일)

30시간이 넘는 비행이 끝나고 한국에 도착했다. 공항에 학부모님들, 대한수학회 이사분들과 직원분들이 나와 환영해 주셨고, 예전엔 본적 없던 신문사 기자까지도 나와 사진도 찍고 인터뷰도 했다.
예년에 몇 명은 은메달을, 몇 명은 금메달을 받았을 때, 은메달을 받은 학생도 매우 자랑스러워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힘들어해서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모두 금메달을 받아 모든 사람들이 매우 기뻐했다.
(대한수학회 소식지 2012년 9월호 기고문)

3 thoughts on “2012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참가 보고”

  1. Pingback: 2017년 제58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참가후기 - Sang-il Oum

  2. Pingback: 2018년 제59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참가후기 - Sang-il O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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