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의 업적이 어떻게 실생활이나 산업에 응용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질문도 종종 받게 되네요. 순수수학 하는 사람들은 원래 흥미로운 수학적 현상의 본질적인 원리를 규명하려는 호기심으로 연구를 하기 때문에 응용 가능성을 생각하고 연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실제 응용이 되더라도 연구자 본인이 자기 연구가 어떻게 응용되는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수학이라는 것이 활용이 되면 정말 파급이 큽니다. 우리가 이 글을 보기 위하여 인터넷을 접속할때부터 이 글을 읽을 때까지 정말 여러 곳에서 수학이 활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수학은 오랜 시간이 지나 활용되는 사례도 여럿 있구요. 그러다보니 수학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 100년이 지나면 사용될지도 모른다 같은 식의 모호한 답을 하기 마련인데 기자분들은 이런 답을 들으면 답답하실 거에요. 수학자들은 틀린 답은 안 하도록 직업적 훈련을 받는 사람들이라 아닌 걸 맞다라고 하진 못하거든요.
허준이 교수 필즈상 수상 관련 대한수학회 보도자료에서 “허준이 교수의 연구 업적들은 정보통신, 반도체 설계, 교통, 물류, 기계학습, 통계물리 등 여러 응용 분야의 발달에 기여하고 있다.”라고 표현하긴 했는데 어쩌면 일반 대중을 위해서 약간 양념을 칠 수도 있지 않나 하면서 읽었는데요.
하지만 놀랍게도 허준이 교수의 연구 결과를 사용하여 수학자와 이론전산학자가 협업하여 효율적인 알고리듬을 고안하는데 도움을 준 경우도 있더군요! 필즈상 시상식때 허준이 교수의 업적을 소개하는 강연을 한 Gil Kalai 교수도 이 부분을 살짝 언급을 하셔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랭크가 인 매트로이드에서 그 베이스(base)의 갯수를 오차 비율 배 이내로 근사하는 다항식 시간 알고리듬을 처음으로 제시합니다. 이 논문은 이론전산학 분야 최고 학회라고 할 수 있는 FOCS 2018에서 발표되었고, 나중에 매우 좋은 수학 저널 중 하나인 Duke Math Journal에 2021년 출판되었습니다. 이 논문 초록을 보면 허준이 교수와 공저자들의 논문 2개를 언급하면서 거기서 개발한 조합적 호지 이론을 활용하여 알고리듬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분들의 논문에서는 매트로이드를 아무 거나 가져와도 그것의 베이스(base)들의 생성 함수에 로그를 취하면 오목함수가 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그걸 이용하여 매트로이드의 베이스가 몇 개인지를 오차비율 배 이내로 답할 수 있는 다항식 시간 알고리듬을 만들어냅니다.
이 분들은 여러 후속 논문에서도 허준이 교수와 그 공저자들의 연구를 널리 활용하여 갯수를 근사하는 알고리듬, 그리고 같은 비율로 베이스를 랜덤하게 뽑는 방법에 관한 연구를 하였습니다.
매트로이드는 워낙 다양한 상황을 묘사할 수 있는 수학적 대상이라서 이런 범용의 알고리듬이 나오면 이런 종류의 알고리듬을 만들어야 할때 그것이 매트로이드란 것을 먼저 보이기만 하면 활용할 수 있게 되어 매우 좋은 결과라고 할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주어진 그래프에서 선 k개로 만들어진 회로를 만들지 않는 선의 부분집합은 몇 개일까 세는 알고리듬을 만들어야 한다면 그런 집합은 매트로이드를 이루기 때문에 이 결과를 쓰면 빠른 속도로 근사값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물론 이렇게 글을 써도 매트로이드가 뭐길래 라고 하실 것이 분명해서 이야기가 더 길어지기 전에 그만 쓰겠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세미나 및 강연을 온라인으로 중계하거나 동영상을 녹화하려는 수요가 많아졌습니다. IBS 이산수학그룹에서는 2018년 12월 시작할 때부터 세미나실에 연사 추적 카메라를 설치하여 동영상을 녹화하여 YouTube에 공개해왔고, 2020년 3월부터는 YouTube Live를 통하여 실시간 중계도 해왔습니다. 하지만 2018년에 만든 세팅에 화질, 음질 등 여러 가지 불만도 있어서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2022년 봄에 이사를 하게 되면서 새롭게 세미나실 셋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훨씬 더 좋은 셋팅을 할 수 있게 되어서 그 사항을 공유해드리고자 합니다.
이번에 세미나실 세팅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촬영 기사가 없어도 쉽게 동작할 수 있는가?
KAIST 수리과학과에 수리과학정보센터가 있던 시절에는 수리과학정보센터의 직원 선생님께서 매 세미나마다 캠코더를 가지고 오셔서 직접 세미나 촬영을 진행하였습니다. 이제는 그렇게 촬영해주실 분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세미나 청중 중에 한 명이 간단한 조작을 통하여 카메라를 켜두면 카메라가 알아서 움직이면서 촬영하고 YouTube 생중계나 Zoom 중계 등 필요한 작업을 간단하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미나는 외부 강연자가 1회성으로 와서 발표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강연자가 직접 리모컨을 눌러 조작하여야 하는 시스템도 피해야 합니다.
칠판 강연에 맞게 촬영할 수 있는가?
대부분의 자동 연사 추적 카메라는 연사가 움직일 때마다 물 흐르듯 연사를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수학 강연에서는 칠판을 자주 사용하는데 카메라가 자꾸 움직이면 칠판 글씨를 읽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칠판 강연에는 카메라 움직임이 최소화되고, 프로젝터를 쓰는 강연의 경우에는 연사를 물흐르듯 따라다니는 기능이 필요합니다.
화질은 좋은가?
칠판 강연을 중계하면 칠판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불평을 종종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화질을 매우 중요하게 검토하였습니다. Full HD 화질보다 4K 화질을 지원하는 카메라가 좋겠고, 렌즈의 크기도 검토가 필요합니다. 조달청 사이트에 등록된 “수업 자동 녹화 시스템” 중에는 강의를 보려는 목적보다는 강의 시연을 녹화화여 교수법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이 더 큰 경우가 있어서 주의하여야 합니다.
사용 방식은 편리한가?
예전의 연사 자동 추적 카메라는 칠판 아래 센서를 설치하거나 Microsoft Xbox의 키넥트 센서를 이용하여 별도의 PC에서 소프트웨어로 카메라를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별도의 소프트웨어나 센서 설치 없이 카메라 하드웨어 하나로 가능한 제품을 구하고자 하였습니다. 아울러 외국인 연구원들이 많으니 영어 인터페이스가 잘 갖춰진 제품, 그리고 애플 맥 미니와 연동하는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찾고자 하였습니다.
연사 추적 카메라는 인터넷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한국 총판(한성smb)에 연락하셔서 상담을 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설치비까지 포함하여 견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해당 제품은 천장에 거꾸로 설치할 수도 있었지만 그 경우 천장에 이미 설치된 프로젝터와 시야가 가리거나 조명에 의한 간섭이 염려되어 뒷쪽 벽에 브라켓을 달고 설치를 하였습니다.
연사 추적 카메라 영상
연사 추적 카메라인 PTC310U는 4K 화질 출력을 지원합니다. 단 4K 화질로 연결하려는 경우에는 3G-SDI나 USB를 쓸 수 없고 HDMI 케이블을 사용하여야 합니다. 천장을 통과하여 내려온 HDMI 케이블을 엘가토 캡쳐카드 CAM LINK 4K에 연결하여 컴퓨터에 넣고 있습니다. 만일 강연장 크기가 크다면 PTC310U 보다는 좀더 광학줌이 많이 되는 모델을 선택하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카메라는 카메라 렌즈가 하나 뿐이지만 AI를 이용하여 연사의 위치를 영상 속에서 추적합니다. 리모컨이 있어서 필요한 작업을 할 수 있고, 인터넷 선에 연결해두면 웹브라우저를 통하여 특정 IP에 접속하여 상세한 설정을 할 수 있습니다. 처음 설치한 후 칠판 모양에 맞추어서 Zone Mode의 영역을 인터넷 IP로 접속하여 웹브라우저에서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은 강연 직전에 연사가 칠판 강연인지 프로젝터를 사용하는 강연인지에 따라 Zone Mode 혹은 Presenter Mode를 리모컨으로 선택해둡니다.
강연자 노트북 영상
프로젝터를 활용하는 세미나 영상을 촬영할 때 카메라로 프로젝터를 촬영하는 것보다는 노트북의 영상을 바로 뽑아내어서 출력하는 것이 훨씬 화질이 좋습니다. 노트북에 연결된 HDMI 케이블을 매트릭스 스위치를 거쳐서 프로젝터와 엘가토 HD60S+ 이렇게 두 군데로 영상을 보냅니다. 캡쳐카드를 똑같은 것 두 개를 쓰면 OBS 설정할 때 이름이 같아서 불편하므로 전에 가지고 있던 엘가토 HD60S+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노트북 영상을 바로 뽑아서 인터넷으로 중계하는 경우 발표자가 레이저 포인터로 내용을 가리키면 그 곳이 어디인지 인터넷을 보는 사람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이 문제는 로지텍 Spotlight 프리젠터를 이용하여 해결하였습니다. 이 제품을 쓰면 레이저를 직접 쏘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적으로 컴퓨터 화면에 포인터 자리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인터넷 중계를 해도 포인터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방향을 잡는 것을 어려워 하는 것이 단점입니다.
음질
Blue Yeti Pro 마이크
동영상 촬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음질입니다. 원래는 Rode Wireless GO 마이크를 사용하였으나 연사의 소리만 녹음되고 청중의 질문은 전혀 녹음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전에 온라인 강의용으로 사두었던 Blue Yeti Pro 마이크를 강의실 앞 중간에 두고 쓰고 있습니다. 나중에 천장에 고정해둘만한 적절한 마이크가 있을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맥 미니 및 OBS 설정
동영상 중계는 반드시 유선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료 소프트웨어인 OBS를 사용하여 YouTube로 중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YouTube 고객센터에 올라와있는 라이브 인코더 설정, 비트 전송률, 해상도 선택 도움말을 참고하여 OBS를 설정하면 됩니다.
M1 Mac Mini의 경우 아래 동영상 도움을 참고하면 됩니다. 꼭 “Apple TV H264 Hardware Encoder”를 사용하도록 해야 제대로 성능이 나옵니다.
Stream Deck
OBS에서는 여러 “장면”을 미리 만들어둘텐데, 스트림덱을 사두면 마우스 클릭 대신 버튼을 눌러 편리하게 화면 전환을 할 수 있습니다. 세미나 시작할 때 장면 전환이 있고, 끝날 때 장면 전환이 있으며, 프로젝터를 활용한 발표 도중 발표자가 칠판을 사용하면 장면 전환을 합니다. 이러한 것을 지금은 스트림덱의 버튼을 눌러 처리하고 있습니다.
OBS 설정을 할 때 프로젝터를 사용하는 발표의 경우 노트북 화면 옆에 발표자 모습이 PIP(Picture in Picture)로 나오도록 만들어 두었습니다. 칠판 발표의 경우는 카메라 영상을 전체 화면으로 보여줍니다.
칠판 강연
프로젝터 강연
동영상 녹화 대신 중계를 하는 이유
동영상 녹화를 하면 파일을 나중에 편집하고 인코딩 하여 업로드를 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동영상 편집은 사진 편집과 달리 조금만 수정해도 저장할 때 인코딩 시작하면 엄청나게 오래 시간이 걸립니다. 설정에 따라 단 1시간 강연에 수 기가, 수십 기가의 파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YouTube에 생중계를 하면 후편집 작업을 할 필요가 없어지고 동영상 파일을 따로 저장할 필요도 없어서 하드디스크 용량도 아낄 수 있습니다. OBS에 설정만 잘 해두면 동영상 시작 전이나 엔딩 영상을 미리 재생하는 방식으로 약간의 편집 효과도 가능하고 세미나 중계에는 그 정도로 충분하였습니다. 물론 OBS에서 파일 저장도 가능합니다.
수학동아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설립 10주년을 맞아 공동으로 IBS 내의 수학자들의 연구와 삶을 소개하는 시리즈를 시작하였습니다. 제 이야기로 그 시리즈 시작이 되었습니다. 내용은 수학동아 2021년 5월호나 IBS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을 다듬어주신 홍아름 수학동아 기자님, 그리고 멋진 사진을 찍어주신 AZA 스튜디오 남윤중 실장님 감사드립니다. 내용은 아래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제가 하던 수학 연구는 길게는 수년, 짧게는 수일 만에 완성되기도 했습니다. 그중 독일의 한 소도시에서 했던 연구는 단 하루 만에 답을 얻었습니다. 그래프 알고리듬 분야에서 유명한 브루노 쿠르셀 프랑스 보르도컴퓨터과학연구소(LaBRI) 교수님과 만났던 2004년 5월에 생긴 일입니다…
Big Congratulations to Bruno Courcelle for the first S. Barry Cooper Prize. I was very fortunate to meet him at Dagstuhl in 2004, resulting a nice paper on Seese’s conjecture and an algorithm to decide rank-width≤k, making two chapters of my Ph.D. thesis.
2018년부터 기초과학연구원에서는 연구단장이 이끄는 큰 규모의 기존 연구단 형태와는 다른, 새로운 연구단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이 새로운 연구단은 PRC라고 불리는데 PRC는 Pioneer Research Center의 약자입니다. 기존 기초과학연구원의 연구단은 1~2명의 연구단장이 하나의 큰 연구단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형태였습니다.
PRC 형태의 연구단에서는 내부에 Chief Investigator, 약자로 CI로 불리는 여러 연구자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소규모 연구그룹을 만듭니다. 이 PRC 형태의 연구단의 연구단장은 거기에 속한 CI들이 돌아가며 맡기 때문에 PRC 자체는 여러 연구그룹을 모아놓는 우산과 같은 조직이 됩니다. 각 CI는 예산도 별도로 신청하여 받고 운영도 독립적으로 하지만, 같은 연구단 일은 같은 연구단 소속 다른 CI와 서로 협업을 통하여 운영합니다. 비유를 하자면 기존 연구단은 여러 연구팀으로 나누어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PRC에서는 각 연구팀을 CI가 맡아서 독립적으로 운영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CI를 한글로 어떻게 표시할 것인지에 대하여 의견 정리가 되지 않아서 한글 명칭은 없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CI는 “소규모 연구그룹을 구성하여 기초과학분야의 모험적이며 창의적인 연구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젊은 연구자”라고 정의하며, 이러한 지원을 통하여 “세계적 연구기관의 연구책임자와 대등하거나 혹은 가까운 미래에 이들과 대등한 수준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큰 젊은 연구자에게 독립 연구를 지원함으로써 차세대 세계적 석학으로 육성”하겠다고 합니다. CI에게는 최대 연 10~15억원 예산의 연구그룹을 구성하고 독립연구를 수행할 권한을 부여합니다. CI는 출장비 등 여러 내부 규정에서 부연구단장에 준하는 대접을 받습니다. 참고로 CI가 받는 예산에는 CI 본인의 인건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만, 과거와 달리 행정인력의 인건비는 제외되어 있습니다. 행정인력은 본원에서 직접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2018년 초에 처음으로 기초과학연구원에서 CI를 뽑겠다는 공고가 나왔습니다. 올해는 없지만 2018년에는 공개모집과 함께 추천 위원회(search committee)도 운영하여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도 있었습니다. CI의 선정은 부연구단장에 준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제가 경험한 비공개 발표 평가에서는 필즈메달 수상자인 심사위원장과 함께, 누가 섭외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해외에서 제 전공 분야 저명하신 학자분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서울에 오셨고, 국내에서도 제 분야 여러 원로 교수님들께서 참여하셔서 많은 수고를 해주셨습니다. 공개 심포지엄, 비공개 발표 평가 등 엄정한 심사 과정을 거쳐 제도 시행 첫 해에 CI로 선정되어 매우 영광이고 귀중한 시간을 내어서 과정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제도 첫 해인 2018년에는 총 3명의 CI가 선정되었습니다. 그 중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을 구성한 KAIST 전산학부 차미영 교수와 제가 수학 분야로 선정되었고, KAIST 의과학대학원의 김호민 교수는 생물 분야로 선정되었습니다. 김호민 교수는 혼자 속할 PRC 연구단의 이름을 “바이오분자 및 세포 구조 연구단”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었습니다. 저와 차미영 교수는 여러 논의를 거쳐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Center for Mathematical and Computational Sciences)라는 이름으로 PRC 연구단 이름을 정하였습니다.
행정 업무를 위해서 본원 행정인력 중에서 파견받은 행정인력을 두 PRC 연구단이 공용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원래 두 명이 배정되었으나 최근 한 분이 늘어나 총 세 분의 행정인력이 3명의 CI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채용이 진행되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은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의 이론동 2층을 배정받았습니다.
이산수학그룹
이번에 시작한 연구그룹은 이산수학그룹, 영어로 Discrete Mathematics Group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약자로는 DIMAG이라고 정하였는데, DIMAG이 마침 힌디어로 두뇌라고 합니다. 홈페이지는 https://dimag.ibs.re.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부탁받고 가장 먼저 한 고민은 아직 연구진이 갖추어지지 않은 연구그룹을 어떻게 소개하는가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아직 이산수학그룹이 시작된지 몇 달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산수학그룹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로 생각하였습니다.
이산수학, 그래프 이론 및 알고리듬 분야 분야의 세계적 연구를 수행
국내외 관련 분야 연구자들과의 협력 연구 촉진
관련 분야 세미나, 워크샵, 학회, 스쿨 등을 적극적으로 조직하여 연구 결과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며 미래 연구자들의 성장을 도움
첫 번째 목표를 위해서 현재는 연구진을 뽑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초기인만큼 주로 저의 관심분야에 가까우면서도 우수한 연구자들을 뽑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첫 박사후 연구원을 뽑는 공고는 2018년 12월 중순이 지원 마감이었는데, 짧은 홍보기간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많은 분들이 지원해주셨습니다. 서류 전형과 면접 전형을 거쳐 최종으로 3명의 연구자에게 오퍼를 보냈습니다. 고맙게도 세 명 모두 오퍼를 수락하였습니다. 3명 중 1명은 한국인으로 조합적 최적화를 전공하였으며 기초과학연구원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하면서 박사후 연구원을 할 예정입니다. 나머지 2명은 극단적 조합론(extremal combinatorics)를 전공한 미국인과 인도인인데 둘 다 모두 그 분야에서 유명한 헝가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3명 모두 개인 사정상 여름에 합류할 예정입니다.
현재 4월 중순 마감으로 2차 모집 공고가 나갔습니다. 예산 상황 등을 고려하여 두 세 명을 뽑을 예정입니다.
출범되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벌써 2019년 3월말까지 4건의 Discrete Math Seminar를 개최하였습니다. 관심있는 분들께서는 얼마든지 오셔서 강연을 들으실 수 있으며, 제게 연락하시면 세미나 공지를 이메일로 받으실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첫 워크샵이었던 “2019-1 IBS Workshop on Graph Theory”는 이화여대 김연진 박사와 공동주관으로 2월 11일부터 12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개최하였습니다. 국내 3명의 연사와 함께 체코, 헝가리, 미국에서 온 세 명의 연사가 연구 발표를 진행하였습니다. 올 여름 인천에서 열리는 조합론 학술대회도 공동개최를 할 예정입니다.
한편 올해 프랑스 CNRS의 김은정 박사와 함께, 7월 말부터 3주동안 “2019 IBS Summer Research Program on Algorithms and Complexity in Discrete Structures”라는 이름의 여름 연구 프로그램을 개최합니다. 총 3주동안 관심사가 비슷한 연구자들이 기초과학연구원에 모여서 집중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려고 하며, 현재까지 14명의 해외 학자들이 2~3주씩 참가하겠다고 밝혀온 상태입니다.
올 가을에 해외에서 연구년을 이산수학그룹으로 오겠다고 하는 분들이 있어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내분들 중에도 1월에 이산수학그룹에 1주일 이상 방문하셔서 연구하신 분도 계십니다. 이산수학그룹에 방문하셔서 연구하시고 싶다면 연락을 주시길 바랍니다. 이산수학그룹이 내부 인원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은 대전의 옛 엑스포과학공원 부지에 지어졌습니다. 바로 동쪽에 한빛탑이 있으며 한빛탑을 지나서 걸어가면 롯데시티호텔, ICC 호텔, 대덕특구게스트하우스 등 방문자들을 위한 숙박시설이 충분히 있습니다. 바로 서쪽에는 현재 신세계 백화점 및 특급 호텔이 포함된 지상 43층의 신세계 사이언스 콤플렉스가 2021년 준공 예정으로 공사중입니다. 본원 건물에서 북쪽 방향에는 기초과학연구원의 게스트하우스 및 기숙사 형태의 숙소가 있어서 연구원들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의 본원 건물은 2017년 말에 준공되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제가 들어오던 12월 초까지도 이론동 2층 전체는 방문 달린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 달동안 엄청난 노력 끝에 수학자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환경을 어느 정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에서 Annals of Mathematics와 같은 수학 저널이나 미국수학회 MathSciNet을 인터넷을 통해 접속할 수 있게 된 것도 작년에 다 이루어진 일입니다.
이론동 2층에 위치한 커다란 칠판을 설치한 두 강의실에는 각각 동영상 촬영 장비를 설치하였습니다. 연사가 동의하는 경우 세미나 영상을 촬영하여 이산수학그룹 홈페이지 및 유투브에서 볼 수 있도록 올리고 있습니다.
토론실
수학 연구자들이 작은 그룹이나 큰 그룹으로 모여서 연구 토의를 할 수 있는 토론실이 작은 것 2개 큰 것 1개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그 중 큰 것에는 3면 벽이 모두 유리보드로 되어 있어서 넓은 보드 공간을 사용하며 연구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한편 연구원들과 방문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연구실을 여럿 구축하였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에는 과학문화센터라는 부속건물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큰 학회를 개최할 수 있는 강당 뿐 아니라 여러 작은 강의실도 많이 있습니다. 대학에서는 학기 중에는 강의 때문에 강의실 대여가 어려운데, 여기서는 강의가 없으므로 그러한 행사 개최가 좀더 쉽습니다.
당부말씀
이산수학그룹의 모든 활동은 이산수학그룹 홈페이지에 공지를 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세미나나 워크샵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 부탁드립니다.
현재까지 기초과학연구원 본원 건물에 출근하는 수학 박사는 저 뿐입니다. 현재 저를 제외하면, KAIST 소속 제 대학원생 3명과 KAIST 소속 그래프이론 전공 박사후 연구원이 이산수학그룹의 연구실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리 분야의 경우 이론물리 분야 연구단 2개가 이론동 3층의 절반, 4층의 절반을 쓰고 있고 실험 분야도 있습니다. 물리 분야 이론 연구단들은 서로 티타임도 돌아가면서 하고 물리 분야 콜로퀴엄도 개최하는데, 수학은 아직 기초과학연구원 내에 사람이 적어서 그럴 형편이 되지 못합니다.
2019년에도 두 번째로 연구단장과 CI를 뽑는다는 공고가 나왔고 마감이 이미 끝난 상황입니다. 하나의 PRC 연구단에 5명의 CI까지 선정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기초과학연구원 본원 이론동 2층에는 아직 빈 공간이 많이 있고, 앞으로 오실 분들은 이미 연구환경이 어느 정도 구축되어서 저보다 쉽게 시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수학자들이 기초과학연구원으로 옮겨오시거나 방문하셔서 자유롭게 연구에 몰입하며 함께 지낼 수 있길 기대합니다.
김정한 교수님의 유명한 정리인 R(3,t) ~ c t^2 / log t라는 결과에서 c의 범위를 좁혀낸 최신 연구 결과가 나왔음을 소개하였습니다.
논문
G. F. Pontiveros, S. Griffiths, R. Morris, The triangle-free process and the Ramsey number R(3,k), arxiv:1302.6279, 2013. Accepted to Mem. Amer. Math. Soc. 2018.
T. Bohman, P. Keevash, Dynamic concentration of the triangle-free process, arxiv:1302.5963
평면 그래프의 꼭짓점에 c개 이하의 색으로 색칠을 잘 해서, 임의의 path에서 어떤 연속한 같은 길이의 부분path를 보더라도 그 색깔 패턴이 전혀 반복되지 않게 칠할 수 있도록 하는 상수 c가 존재하는지에 관한 미해결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소식을 전하였습니다. 이러한 색칠을 non-repetitive coloring이라고 합니다.
그래프 H를 부분 그래프로 갖지 않는 꼭짓점 n개짜리 그래프의 선의 수의 최댓값을 ex(n,H)라고 합니다. H가 이분 그래프가 아닌 경우에는 ex(n,H)가 n2에 비례함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H가 이분 그래프인 경우에는 H에 따라 n의 몇 승에 비례하게 되는지가 다 다르고 정확한 것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ex(n,H)가 n의 r승으로 비례하게 되는 r 값을 모두 찾아보려는 연구가 여러 그룹에서 진행되었는데 그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였습니다. 이 중에는 제 지도학생 강동엽 학생의 연구도 있습니다.
n*n 바둑판 모양의 그래프에서 도둑 한 명과 경찰 여러 명이 이웃한 꼭짓점으로 이동하면서 잡기 게임을 하는 cops and robber game에서 도둑이 경찰의 R배 속도로 움직일 때 잡기 위한 필요한 경찰의 수는 R이 충분히 크면 n^(c/log log n)보다 크다는 것을 증명한 논문 결과를 소개하였습니다.
평면 그래프의 maximum degree가 k이면 acyclic edge chromatic number가 k+2이하라는 2009년 Cohen, Havet, Müller의 추측을 Dan Cranston이 k 값이 420000000000000 이상이면 참이라고 증명하였다는 소식을 전하였습니다.
Aubrey de Grey가 최근에 평면의 chromatic number가 5 이상임을 증명하였다는 소식을 전하였습니다. 이 문제는 1950년 가을에 당시 18세로 시카고 대학 신입생이었던 에드워드 넬슨(Edward Nelson)이 만들었습니다. 4이상임은 알려져있었는데 5이상인 것을 증명하는 것을 그간 아무도 하지 못했었습니다.
KAIST 전산학부 Otfried Cheong 교수님 및 공저자 분들이 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였습니다. 방도 볼록하고 가구도 볼록한 모양이라고 할 때, 만일 그 방에 가구를 임의의 방향으로 놓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 가구를 한 바퀴 돌리는 것도 가능한가? 이 1921년에 나온 문제를 풀었습니다.
1967년 Ringel이 제기한, 원형 테이블 여러 개 있는 곳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서 워크샵을 할 때 정확히 딱 한 번씩만 서로 이웃해서 앉도록 일정을 짜는게 가능한지에 관한 Oberwolfach 문제를 Birmingham 대학의 김재훈 박사 등이 해결했다는 소식입니다.
2018년 루마니아 클루지나포카에서 열린 제59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다녀왔습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참가는 저는 2009년, 2011년, 2012년, 2016년, 2017년에 이어 6번째입니다. 이번에는 107개 나라에서 총 594명의 학생이 참가하였습니다. 2016년, 2017년에는 600명이 넘었는데 조금 줄어들었지요. 예전에 적은 것처럼 올해도 후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2018년은 우리나라가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한지 정확히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올해는 대표학생 6명이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를 받았습니다. 학생들의 점수를 합하여 살펴보는 국가별 순위에서는 107개 참가국 중 7위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국가별 순위를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위: 미국 212점
2위: 러시아 201점
3위: 중국 199점
4위: 우크라이나 186점
5위: 태국 183점
6위: 대만 179점
7위: 대한민국 177점
8위: 싱가포르 175점
9위: 폴란드 174점
10위: 인도네시아 171점
올해 역시 작년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대표 학생들은 모두 서울과학고 학생이었습니다. 우리 나라 대표 학생들과 그 메달은 아래와 같습니다. 서울과학고가 아닌 최근 대표로는 2년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만점을 받았던 세종과학고 홍의천 학생이 있었습니다.
이 중 김다인 이송운 학생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출전하였습니다. 김다인 학생은 이번 팀의 유일한 여학생이었습니다. (한국대표팀에서 김다인 학생 이전에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표를 한 여학생으로는 2005년 2006년 두 번에 걸쳐 출전한 경기과학고 남주강씨가 있습니다.) 이제까지 한국대표팀으로 국제수학올림피아드를 나가서 금메달을 두 번 이상 받은 학생은 총 14명이 있고, 그 중 여학생은 이제 김다인 학생을 포함하여 이제 3명이 되었습니다.
2016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2월에 루마니아 수도 뷰쿠레스티에서 열리는 루마니아 수학 마스터 대회(Romanian Master of Mathematics)에 출전하고 있습니다. 이 6명의 대표 중 4명, 강지원 김다인, 김홍녕, 이송운 학생은 이미 루마니아 수학 마스터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 경험이 있어서 루마니아에 좀더 익숙했을 것입니다. 김홍녕 학생은 올해 루마니아 수학 마스터 대회에서 전체 개인 순위 1위로 금메달을 수상하였는데,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도 우리 팀 1위를 하며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대표 6명에는 들지 못했지만 최종 후보로 뽑혔던 그 밖의 9명의 학생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번 한국대표팀 단장으로는 인하대 송용진 교수님이 작년처럼 수고해주셨고, 유원대 이승훈 교수님이 단장팀에 합류하셔서 함께 문제 번역 등의 일을 하셨습니다. 학생들을 인솔하다가 시험 후에는 채점 과정에 참여하는 부단장팀에는 저와 아주대 최수영 교수, 그리고 서울대 수리과학부 학생이며 2014년, 2015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였던 김재형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연경남 박사님도 오셔서 도와주셨습니다.
올해 역시 최근 경향에 맞게 1, 2, 4, 5 문제가 정수, 대수, 조합, 기하 분야 한 문제씩 골고루 나왔습니다. 작년보다 2번 5번 문제가 쉬워졌습니다. 우리나라 대표학생들은 보통 1, 2, 4, 5번 문제를 다들 골고루 잘 하고 어려운 3, 6번 문제를 몇몇이 공략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2, 5번 문제가 작년보다 쉬워지는 바람에 다른 강국들도 공략을 잘 하였습니다. 아울러 3번, 6번이 어려워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이번에 3번, 6번에서 만점을 받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전체 참가자 중에 3번 만점은 고작 11명, 6번 만점은 고작 18명이었습니다.
비디오 촬영중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조교로 수고한 서울대 김재형 학생이 해설하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풀이 동영상을 제작하였습니다. 촬영장소와 삼각대 및 오디오 장비를 빌려주신 카오스 재단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참고로 김재형 학생이 입은 티셔츠는 2018년 여름학교 입교생들을 위하여 Jane Street이라는 Quantitative Trading 회사에서 후원해주신 것입니다. 올해부터 Jane Street은 한국수학올림피아드를 후원해주고 계십니다. 홍콩에서 티셔츠를 큰 상자로 보내주셨지요.
작년처럼 올해도 현지에서 태국 대표팀과 함께 며칠간 현지 공동 캠프를 진행하였습니다. 캠프를 위해 대회날보다 일찍인 7월 3일에 출국하였습니다. 작년처럼 최수영 교수님이 캠프를 위해 큰 수고를 하셨고 김재형 조교 또한 수고를 많이 하였습니다. 저는 창의재단 연경남 박사님과 함께 7월 6일 출국하여 현지에 7월 7일 자정 직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단장팀이 묵었던 숙소 Grand Hotel Italia. 좋은 호텔에서 지내시니 부러웠습니다.
이번 국제수학올림피아드가 열린 도시인 클루지나포카(Cluj-Napoca)는 이런 큰 규모의 인원을 한번에 수용할만한 호텔은 없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단장팀의 경우는 Grand Hotel Italia라는 시내에서 좀 떨어진 멋지고 큰 호텔에 모두 묵었습니다. 하지만 부단장팀은 몇몇 나라별로 쪼개져서 시내의 여러 호텔 혹은 기숙사에 분산 수용되었습니다.
한국팀은 다행히 상당히 괜찮은 위치의 호텔인 Grand Hotel Napoca에 배정되었습니다. 나라별로 여러 호텔에 배정되다보니 제가 공항에 도착하였을 때 밤 늦게 나와계신 주최측 자원봉사자 분께서 제가 어느 호텔에서 자야 하는지 잘 찾지도 못하실 정도로 좀 허술한 면도 있었습니다. 여러 숙소로 나뉘다보니 같은 숙소가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너무 없었고 학생들끼리 서로 친목을 도모할 기회도 부족하였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학생들은 모두 2인 1실을 사용하였습니다. 이송운 송승호 학생이 217호, 김다인 학생은 이라크 대표 학생과 219호, 강지원 김홍녕 학생이 301호, 조영준 학생은 나이지리아 대표 학생과 302호를 썼습니다. 김다인 학생의 룸메이트였던 쿠르드에서 온 학생은 우리말을 너무 능통하게 써서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K-POP에 매우 관심이 많아서 EXO의 팬이라는 그 학생 덕분에 김다인 학생은 외국인 룸메이트와 한국어로만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대표팀이 묵은 Grand Hotel Napoca. Wi-Fi가 연결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가져간 인터넷 공유기가 매우 유용하였다.
Grand Hotel Napoca는 개막식 및 시험이 열린 장소인 Polyvalent Hall과 매우 가까워서 강만 건너면 공원을 가로질러서 금방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최측은 항상 대절 버스로 이동하라고 하였는데 사실 버스 안에서 대기하는 시간이면 금방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습니다.
우리 팀의 가이드는 고등학생인 Tania Somesfalean이었습니다. 조금 우리말을 할 줄 알아서 원래 북한팀 가이드로 배정되어 있었으나 북한팀이 결국 오지 않은 바람에 한국팀에 배정되었습니다. Tania는 대단히 모범생이라 항상 시간을 꼭 지키게 만들었지만 정작 가보면 우리 팀이 가장 먼저 버스를 탄다든지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집에서 호텔까지 거리가 꽤 먼데도 매우 성실하게 도와주었습니다. 우리말도 점점 배우더니 나중에 “교수님” 같은 단어도 잘 썼습니다.
개회식 (7월 8일 일요일)
7월 8일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개회식 무대에 올라간 한국대표단 학생들과 저. 왼쪽부터 저, 조영준, 이송운, 김다인, 김홍녕, 송승호, 강지원. 사진출처: IMO2018 공식 페이스북.
이번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개회식은 7월 8일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1시까지 2시간 정도 진행되었습니다. 다른 해와 달리 축사가 매우 많아서 절반을 차지하였습니다. 특히 루마니아 대통령이 직접 와서 연설을 해서 놀랐습니다. 아울러 개막식과 폐막식이 루마니아 국영TV로 생중계되었습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를 처음 만든 나라답게 수학올림피아드에 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대에는 부단장과 학생들, 가이드가 올라갔습니다. 제가 들고간 태극기는 우리가 제작한 것이 아니라 루마니아 주최측에서 제작해준 것인데 좀 허술하였습니다. 조금이라도 오래 서있어야 사진 찍기 좋은데 가이드가 워낙 빨리 무대에서 내려가는 바람에 위에 있는 사진에는 가이드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7월 8일 오후 6시 30분부터 1시간동안 시험장을 미리 답사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다른 해와 다르게 자기가 사용할 책상까지 직접 가서 앉아볼 수 있었고, 첫날 사용할 답안지 묶음을 확인할 수도 있었습니다. 주최측은 개막식이 끝나자마자 몇 시간만에 시험장으로 바꾸는 기적을 이루어 냈습니다.
시험일 (7월 9일 월요일, 10일 화요일)
시험장에서 화이팅을 하는 우리 대표학생들. 주최측에서 촬영하여 IMO2018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공개하였다. 왼쪽부터 송승호, 조영준, 김다인, 김홍녕.
시험은 이틀간 아침 9시부터 1시 반까지 4시간 30분으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늘 그렇듯 아침 일찍 호텔 식당의 줄이 매우 길고 혼잡하였습니다. 첫날 혼란을 본 이후 둘쨋날은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좀더 일찍부터 제공하였습니다.
첫째날은 시험보는 동안 부단장팀 교수와 조교들은 주최측에서 제공한 단체 관광을 가느냐 아니면 학생들처럼 어딘가 감금되어 학생들이 풀고 있는 문제를 받아서 생각하느냐 선택이 주어졌습니다. 루마니아까지 갔는데 관광을 한 번은 가야하니 다들 관광을 갔지만 몇몇 의욕이 있는 분들은 관광을 포기하고 문제를 몇 시간 먼저 보기 위하여 남았습니다. 우리 조교 김재형 학생 역시 관광을 포기하고 문제 풀기를 선택하였습니다. 이번 관광지는 Turda Salt Mine이라는 소금 광산인데 신비로운 곳이었습니다. 경찰차가 부단장팀 관광버스가 거기까지 가는 동안 한 번도 정차하지 않도록 모든 신호와 교차로를 통제해주어 정말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관광 끝나고 오니 1시였는데, 학생들 시험이 예정보다 30분쯤 늦게 시작되어 2시나 되어서야 학생들이 시험장을 빠져나왔고 그 동안 밖에서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둘째날은 첫날의 혼란이 수습이 되었는지 시험은 정시에 시작되었습니다. 둘째날은 단체 관광이 없어서 부단장팀 교수님들과 조교는 옆 건물에 가서 9시 반부터 문제지를 받아서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문제가 풀만한 것이 많았습니다. 매년 그렇듯 단장팀에 계신 분들은 둘째날 시험 중 질의응답 시간이 끝나야 부단장들과 학생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을 기다리다가 단장팀에 계셨던 교수님들을 시험장 밖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호텔 음식을 지겨워하여 그날 저녁은 Nobori라는 일식당에서 먹었습니다.
Coordination (7월 11일 수요일, 7월 12일 목요일)
시험이 끝나면 그 다음날부터 이틀간 학생들은 가이드와 함께 주최측이 제공하는 단체 관광을 다닙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단장팀 부단장팀 교수 및 조교들은 매우 바빠집니다. 채점이 진행되기 때문이지요.
보통은 단장팀의 경우 둘째날 시험이 있을때 부단장팀과 학생들이 있는 호텔로 옮겨오는 경우도 많았는데, 올해는 특이하게도 전혀 그런 배려가 없었습니다. 채점 협상(coordination) 역시 단장팀이 묵는 호텔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부단장들은 하루 한 번 제공되는 편도 30분 버스를 타고 학생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호텔로 이동을 하여야 했습니다. 결국 우버를 애용할 수 밖에 없었지요. 단장팀과 부단장팀 교수들이 서로 협의할 일이 많은데 서로 먼 곳에 있어서 일하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단장팀 분들은 학생들 만날 기회가 너무 적었습니다.
우리팀의 문제별 coordination 일정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수요일
10시: 2번
12시: 4번
3시 30분: 1번
5시 30분: 5번
목요일
10시: 3번
12시: 6번
보통은 하루 3개씩 이틀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더 촉박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최종 단장 회의를 목요일 오후 3시 반에 진행하기로 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보통은 모든 점수와 메달을 확정하는 최종 단장 회의를 저녁 먹은 이후에 하였는데, 이번에는 상장 인쇄 시간의 편의 등을 위하여 당긴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화요일 오후부터 학생들 답안지를 공식채점기준표에 맞추어 검토하느라 매우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무튼 여러 우여곡절과 드라마 끝에 한국팀의 성적이 확정되었지요. 모든 채점과 Jury Meeting이 끝난 후 학생들과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다시 한번 회식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시상식 (7월 13일 금요일)
시상식이자 폐회식은 7월 13일 오후 2시 30분부터 2시간동안 진행되었습니다. 폐회식동안 저는 가져간 캠코더로 촬영하는 역할을 주로 하였습니다. 공간이 좁은 곳으로 옮겨져서 장소의 중앙 홀에는 메달을 받는 학생만 앉아있고 관중석에 메달을 못 받은 학생들과 단장팀, 부단장팀이 앉아았었습니다. 주최측의 대회 이해가 조금 부족하여 단장팀 부단장팀을 격리시켜놓는 바람에 같이 앉지도 못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보통 그렇듯이 올해도 시상은 점수 순으로 이뤄졌습니다. 동메달 제일 낮은 점수부터 시작하여 점점 점수가 올라가는 식이지요.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는 참가 학생의 절반 정도에 금,은,동메달을 주는데 금, 은, 동의 비율이 1:2:3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즉 전체 학생이 600명 가량이니 동메달 이상 받는 300명 가량의 학생들은 앉을 자리가 미리 점수 순으로 지정되어 있었지요.
문제가 어려웠음에도 만점을 받은 학생이 2명이 있었습니다. 영국팀의 Agnijo Banerjee, 미국팀의 James Lin 이 두 학생은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여 제일 앞에 앉았습니다.
시상식 중 한국대표학생들 메달 받는 모습
개회식처럼 시상식 역시 루마니아 국영방송으로 생중계 되었습니다.
7월 13일 열린 시상식 동영상 (국영방송에서 촬영)
시상식이 끝나고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시상식 끝난 후 찍은 단체사진. 뒷쪽 왼쪽부터 김다인, 조영준, 이송운, 최수영, 송승후, 김홍녕, 강지원. 앞쪽 왼쪽부터 이승훈, 송용진, 김재형, 엄상일
시상식이 끝난 후에는 단장팀이 묵는 숙소에서 파티가 있었습니다. 단장팀 부단장팀 쪽과 학생들 가는 쪽이 나뉘어졌는데 단장팀 부단장팀 가는 쪽은 클래식 음악과 전통음악 연주를 들으면서 식사를 하였지만 학생들이 있는 쪽에서는 EDM 디제잉이 있어서 매우 흥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 학생들도 가이드와 함께 인파 속에서 흥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몇몇 분들은 다음날 다리에 쥐가 났다고 할 정도였지요. 사진 공개는 하지 않겠습니다.
귀국 (7월 14일)
클루지나포카에서 비행기를 타고 독일 뮌헨으로 이동한 후 루프트한자 항공을 이용하여 되돌아 왔습니다. 하지만 독일로 이동하는 비행기가 연착이 되어 비행기를 못 타게 될지 매우 걱정이 많았습니다. (사실 비행기 놓쳐서 하루밤 자고 뮌헨 구경하고 가길 희망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빠듯하게 비행기를 갈아타다보니 몇몇 학생들의 짐이 제 시간에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그 중 일부는 메달을 짐가방 안에 두었었기 때문에 올해 공항 단체사진 찍을때는 메달이 없었습니다. 마지막이라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린 학생도 있었습니다. 다들 집에 가는게 아쉬웠는지 계속 이야기 나누고 사진 찍으며 공항에서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찍은 사진. 뒷쪽 왼쪽부터 연경남, 김재형, 강지원, 조영준, 이송운, 김홍녕, 김다인, 송승호, 엄상일, 이승훈, 송용진, 최수영
KAOS재단에서 운영하는 대중강연 시리즈인 2017 가을 카오스 강연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번 2017년 가을의 주제는 미래과학이라서 “미래의 수학자”라는 제목으로 컴퓨터를 사용한 증명 등 앞으로 수학자들의 일상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면서 강연을 하였습니다. 강연은 2017년 10월 18일에 있었고, 강연비디오가 youtube에 올라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