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011년, 2012년, 2016년에 이어 2017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제58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다녀왔습니다. 올해는 111개 나라에서 총 615명의 학생들이 참가하여, 역대 최대 참가자수였던 작년의 602명 기록을 조금 더 넘겼습니다. 예전처럼 올해도 간략하게 참가 후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 2012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참가후기
- 2016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참가후기 (사이언스북스 블로그 연재: 1편, 2편, 3편)
우리나라는 1988년 호주에서 열린 29회 대회부터 참가하였는데, 올해는 2012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우리 나라 학생 전원이 금메달을 받음과 동시에 총점으로 세는 국가별 랭킹에서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올해 참가한 우리나라 대표 학생들은 모두 서울과학고 학생으로 아래와 같습니다.
김다인, 김세훈, 백승윤, 안정현, 이송운, 최규현
이 중 김세훈 학생은 올해 세 번째 출전으로 은메달 하나와 금메달 2개를 받게 되었습니다. 백승윤 학생은 두 번째 출전으로 은메달 하나와 금메달 하나를 받게 되었습니다. 나머지 4명의 학생은 올해 처음 출전이지만, 작년부터 우리나라 대표팀이 참가하기 시작한 루마니아 수학 마스터 대회(Romanian Master of Mathematics)에 출전한 적이 있어 국제대회의 긴장을 이미 경험해 보았습니다.
대표 6명에는 들지 못했지만 최종 후보로 뽑혔던 그 밖의 7명의 학생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 중 고경명 학생은 세종과학고이지만 다른 학생은 모두 서울과학고였습니다. 다른 학교에서도 분발하면 좋겠습니다.
강지원, 고경명, 김준곤, 명기범, 박주영, 안재준, 이정호, 조민기
이번 한국대표팀 단장팀에서는 IMO 자문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인하대 송용진 교수님과 유원대 이승훈 교수님이 문제 번역 등으로 수고를 하셨습니다. 부단장팀에서는 올해 대한수학회 올림피아드 사업이사를 맡고 있는 아주대 최수영 교수님과 저, 그리고 KAIST 학생이자 2013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표였던 이종원 학생이 있었습니다. 또한 한국과학창의재단 김기상 박사님도 오셔서 도와주셨습니다.
이번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문제별 분야와 출제자는 아래와 같습니다. 참고로 분야 옆에 붙은 번호는 Short List라고 해서 문제 후보를 분야별로 정리한 목록에서 분야별로 몇 번 문제인지를 적은 것입니다. 보통 숫자가 클 수록 어려운 문제로 생각합니다.
- (정수1) 남아프리카공화국 Stephan Wagner
- (대수6) 알바니아 Dorlir Ahmeti
- (조합5) 오스트리아 Gerhard Woeginger
- (기하2) 룩셈부르크 Charles Leytem
- (조합4) 러시아 Grigory Chelnokov
- (정수8) 미국 John Berman
최근부터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는 1, 2, 4, 5번 문제는 정수, 대수, 조합, 기하 분야 한 문제씩 골고루 내고 있고, 더 어려운 3, 6번 문제는 따로 선정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규칙에 따라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다만 보통 기하가 적어도 두 문제가 나왔는데 이번에는 쉬운 문제 하나만 나왔다는게 이변 아닌 이변이었습니다. 아울러 이번 3번 문제는 7점을 받은 사람이 고작 2명뿐이라 역대 최고로 어려웠던 문제로 기록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대표학생 중에서는 푼 사람이 없었고 부분점수 1점 받은 사람만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특별히 현지에 참가한 조교인 이종원 학생이 해설하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풀이 동영상을 제작하였습니다. 유난히 쉬운 4번 문제만 동영상이 3분 정도이며 다른 동영상은 대체로 8분~12분 정도입니다. 동영상을 촬영하는데 메모도 없이 한 번에 술술 해설해서 놀랐습니다. 이종원 학생은 현지에서도 학생들에게 매일 풀어볼 문제도 만들어주고 나중에 채점 과정에서도 큰 기여를 하는 등 수고가 많았습니다.
우리 대표 학생의 성적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연히 우리 나라 대표 학생 6명 각자의 총점이 매우 비슷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김다인 학생은 2006년 경기과학고 학생이던 남주강 씨 이후로 11년만에 우리나라 대표로 출전한 여학생입니다.
참가자 | P1 | P2 | P3 | P4 | P5 | P6 | 총점 | 개인 순위 | 상대 위치 | 상 |
---|---|---|---|---|---|---|---|---|---|---|
김다인 | 7 | 7 | 0 | 7 | 7 | 1 | 29 | 7 | 99.02% | 금메달 |
김세훈 | 7 | 7 | 0 | 7 | 1 | 7 | 29 | 7 | 99.02% | 금메달 |
안정현 | 7 | 7 | 1 | 7 | 0 | 7 | 29 | 7 | 99.02% | 금메달 |
이송운 | 7 | 7 | 0 | 7 | 0 | 7 | 28 | 14 | 97.88% | 금메달 |
최규현 | 7 | 7 | 0 | 7 | 7 | 0 | 28 | 14 | 97.88% | 금메달 |
백승윤 | 7 | 4 | 0 | 7 | 7 | 2 | 27 | 29 | 95.44% | 금메달 |
팀 결과 | 42 | 39 | 1 | 42 | 22 | 24 | 170 | 1 | 100.00% | G, G, G, G, G, G |
이번 상위권 나라 성적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리가 1위 했던 2012년의 경우 우리는 209점 2위 중국은 195점으로 14점 차이였는데 이번은 11점 차이입니다. 이번에는 문제가 어려워서 점수가 많이 내려갔습니다. 참고로 우리가 2위를 했던 2016년의 경우 우리는 207점, 미국이 214점이었습니다.
- 1위 170점: 한국
- 2위 159점: 중국
- 3위 155점: 베트남
- 4위 148점: 미국
- 5위 142점: 이란
- 6위 134점: 일본
- 공동 7위 131점: 싱가포르, 태국
- 공동9 위 130점: 대만, 영국
- 10위 128점: 러시아
2012년 아르헨티나 대회에도 워낙 먼 거리를 감안하여 이틀 일찍 현지에 가서 시차적응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아예 7월 11일에 출국하여 현지에서 태국 대표팀과 함께 며칠간 현지 공동 캠프를 진행하였습니다. 저는 여기까지는 참석하지 않았고 최수영 교수님이 대표 학생들 인솔 등으로 처음 가보는 브라질 현지에서 큰 수고를 하셨습니다. 저는 창의재단 김기상 박사님과 함께 7월 15일 출국하여 현지에 16일에 합류하였습니다.
이번 국제수학올림피아드가 열린 호텔은 Barra da Tijuca의 해변에 위치한 Windsor Oceânico 호텔이었습니다. 개막식, 폐막식, 시험 등이 모두 같은 호텔에서 열려서 매우 편리하였습니다. 참고로 작년 홍콩 대회의 경우 숙소는 홍콩과기대 기숙사였습니다. 이 곳 해변은 그 길이가 18 km로 매우 길고 비록 계절은 겨울이지만 따뜻한 날씨 덕에 많은 이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동네가 워낙 좋은 동네라 물가가 비싸서 애를 먹었습니다.
개막식 (7월 17일)
우리 학생들의 개막식 입장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한편 주최측에서 촬영한 1시간 13분짜리 동영상도 올라왔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47분쯤에 나옵니다.
시험 (7월 18일, 19일)
시험은 9시부터 1시 30분까지 4시간 30분동안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시험 30분 전까지는 다들 입실해야 된다고 들어서 열심히 준비시켜 학생들을 보냈는데, 9시 직전까지 입실하지 않은 학생들이 꽤 많았습니다. 특히 휴대품 검사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시험은 한참 늦게 시작되었습니다. 결국 점심식사도 매우 늦었습니다. 둘째날인 19일에는 첫날보다는 좀더 순조롭게 시험이 시작되어 좀더 일찍 시험이 끝났습니다. 학생들이 첫날 시험을 보는 동안 전통에 맞게 부단장팀은 주최측이 주선한 관광을 다녀왔는데 별로 기억에 남는 것이 없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가장 유명한 예수상은 가지 않고 축구경기장과 시내 멋있는 거리를 잠깐 걸어 산책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학생들은 21일에, 단장팀은 22일 오전에 똑같은 관광을 갔습니다.
이제까지 제가 가본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는 보통 학생들 시험이 끝나는 날 단장팀이 학생들이 있는 호텔로 이동해서 함께 지내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이번에는 특이하게도 학생은 IMO 호텔에 두고 부단장팀은 전원 단장이 있는 호텔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브라질 대학생인 현지 가이드에게 잘 부탁하고 부단장팀은 짐을 꾸려 같은 해변이지만 3km 떨어진 Windsor Marapendi 호텔로 이동하였습니다.
Coordination (7월 20일, 21일) 및 Jury Meeting (21일)
채점하여 점수를 협의하는 과정을 Coordination이라고 합니다. 각국 단장 부단장들과 주최국에서 준비한 Coordinator들과 지정된 시간에 만나 미리 정해진 채점 기준표에 따라 점수를 협의하는 과정을 이틀간 진행합니다. 이번에는 학생들이 잘 해서인지, 혹은 딱히 부분점수를 크게 따져야할 풀이가 없어서인지, 이 과정이 매우 쉽게 끝났습니다. 작년엔 점심도 굶어가며 몇번씩 같은 문제로 coordination room에 다녀오곤 했는데 올해는 한 번에 모두 일사천리로 해결되어 21일 오전에 우리팀은 모두 끝나서 잠깐 오후에 시내 관광을 나갔다 올 여유도 있었습니다. 이미 그때 우리 팀이 1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21일 저녁 있었던 Jury Meeting에서 금메달 커트라인이 우리 팀 예상보다 훨씬 아래여서 놀랐고 여유있게 1등을 해서 기뻤습니다.
이 이틀동안 학생들은 브라질의 필즈메달 수상자인 아빌라 교수의 강연도 듣고 관광도 다녀왔습니다.
시상식 (22일)
개막식때는 보통 학생들이 나라별로 착석하고 무대에 나라별로 올라가서 인사를 합니다. 하지만 시상식때는 학생들이 점수순으로 착석하고 동메달부터 낮은 점수부터 순서대로 무대를 올라갑니다. 우리 학생들은 워낙 뒤에 올라가게 되어 있어서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앞줄에 있던 네덜란드 분들이 사진기 들고 언제 나가야 하나 고민하는 우리를 보면서 너희들은 아직 멀었으니 한참 기다려라고 하며 웃었습니다.
이번에는 IMPA Olympiad Girls’ Award라고 해서 각 대륙별로 여학생 참가자 중 가장 잘 한 학생에게 특별상을 하나씩 주었습니다. 아시아 대륙을 대표해서 우리나라 김다인 학생이 수상했습니다. 여학생 중 유일한 금메달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한편 보츠와나 대표로 나온 박가람 학생이 아프리카 대표로 이 상을 받았습니다.
한편 29점 동점으로 나란히 금메달 받으러 올라가던 김세훈 안정현 학생은 김다인 학생을 가마를 태워서 입장해서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캠코더를 준비해간 덕분에 이번 시상식 일부를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주최측에서 촬영한 폐막식 동영상이 나중에 올라왔습니다. 1시간 43분 분량입니다. 1시간 20분 지점 근처를 보세요.
이번 국제수학올림피아드의 개인 1등은 5문제를 해결한 세 명이 했습니다. 이란, 일본, 베트남 대표였는데, 그 중 Yuta Takaya라는 일본 대표는 올해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최고점으로 1등했을 뿐만 아니라 올해 이란에서 열린 국제정보올림피아드에서도 최고점으로 1등을 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국제정보올림피아드에 4번 출전하여 모두 금메달을 받았고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는 3번 출전하여 은메달 하나와 금메달 둘을 받았습니다.
귀국 (23일)
비행기 시간이 너무 밤 늦게 있어서 23일 낮에는 “빵산”이라고 불리는, Sugarloaf mountain을 다 함께 다녀왔습니다. 그 후 30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고 애틀란타를 경유하여 한국으로 잘 돌아왔습니다. 현지 출발은 23일이지만 한국 도착은 25일이었습니다. 30시간동안 씻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래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착 직후에 중앙일보, 동아일보 기자와 학생들 사이의 인터뷰도 있었고, 대한수학회 이향숙 회장님 등 여러 분들의 환대도 있었습니다.
수정내역: 공식 동영상 링크를 추가하였습니다. (2017년 10월 23일)
Pingback: 2018년 제59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참가후기 - Sang-il Oum